점심시간 전 30분,
점심시간 1시간,
점심시간 후 30분,
2시간을 할애하여 다녀와야 하는 마음은 조급함이 앞선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는 막힘이 없으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여유로운데
전용도로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서
곳곳의 빨간 신호등에 멈추어야 할 때마다 두서없이 마음이 서성인다.
차선을 바꾸어가며 앞차를 제쳐보기도 하지만
신호등 앞에 서면 내가 앞질렀던 차도
나와 나란히 신호등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막다른 길목에 다다르면 누구나 같이 서 있는 것,
똑 같은 상황이잖은가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듯 내 마음을 지그시 다독이며 눈을 돌리니
어쩜! 천변의 버드나무가 고운 물빛을 올리고 있다.
연둣빛 버드나무의 낭창거림이 날선 내 마음을 나긋하니 휘어감는다.
버드나무가 있는 천변을 마주한 회색빛 아파트도
덩달아 봄의 흥취를 품은 듯 더욱 고급스럽게 보인다.
아직은 어설픈 봄날을 봄이라 일러주는 버드나무는
예부터 화가들의 화폭에, 시인들의 원고지에 무수히 오르내리고 있으니
아마도 지금 순간, 내 마음처럼의 느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나긋나긋하고 가느다란 버드나무 가지를 소만요(小蠻腰)라고 하는데
이는 당나라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백낙천이
춤 잘 추는 기생 小蠻의 허리를 버들에 비유했다고 하는데서 비롯한다.
또한 조선 시대 기생 홍낭은 떠나는 임에게 묏버들을 꺾어주며
봄에 새 잎 나거든 날처럼 여겨달라는 시를 남겼다.
그런 연유로 버드나무를 꺾는 뜻의 절양(折楊)은 이별을 뜻한다고 했던가.
문득 나는
빨리 달리는 것과 절양한 순간에
내 마음의 조급함과 절양을 하면서 봄을 만나본 듯싶다.
무언가와 이별하는 일이
때론 이렇게 좋은 순간일 수도 있겠다 싶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진출처 /인터넷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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