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운 날씨에 지친 마음들이기에
입추라는 절기에 찾아들 것 같은 시원함을 기다리는 마음도 유독 큰 것 같다.
기대감을 가지고 아침 산을 오르는데
아닌 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햇살의 두께가 가늘어진 느낌을 받았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오솔길에는 낙엽 철이 아닌데도 더위에 지쳐 바싹 마른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다.
진정 가을인가?
가을은 발걸음조차 내 딛지 않았는데 애써 성급하게 끌어 들이는 내가 무례하다
그러고 보니 올 여름 산에서 모기를 만나지 않았고
그 많던 거미줄도 보이지 않았다.
곤충도 해충도 더위를 피하고 있을까. 아니면 더위에 지쳐 있을까
더워서 좋은 것도 있으니 마냥 투덜댈 일만은 아니다.
오솔길에 풋 밤송이가 떨어져 있다
이도 더위에 지친 모습일 테지만 그냥 가을 분위기라고 챙겨 보니 참 정겹다.
산을 내려와 아파트 내에 들어서니 화단의 배롱나무가 예쁘다.
아파트화단의 배롱나무
햇살이 강하지 않은 이른 아침시간의 모습은 참하기만 한데 한낮의 배롱나무는....
아, 지금쯤 안동의 병산서원 배롱나무가 한창일 텐데…
올해는 넘 더워 어디 나가기가 걱정스러워 포기하고 있는데
예쁜 모습을 보노라니 자꾸 마음이 허전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한 생각이 나를 긴장 시킨다. 그래!! 그곳이 있잖은가.
그곳도 지금 배롱나무 꽃이 한창일거야!! 신난다.
7월 말 업무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바쁜 시기인지라 오전에 정신없이 몰입하고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나왔다.
배롱나무가 멋지게 피어있을 옥구향교를 찾아가려고 작정했던 것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만나는 시골길 풍경이 정겹다
작물들도 더위에 기운이 없어 축 늘어져 보이지만 이 더위를 아랑 곳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며 제 할 일들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대견한가.
논에서는 벼들이 쑥쑥 자라고
길가의 무궁화나무들도 꽃을 피우면서 나라 사랑의 마음을 부추기고 있다.
키 작은 해바라기도 꽃을 활짝 피우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멀리 향교의 홍살문이 보이고 배롱나무의 환한 모습이 보인다.
석 달 열흘 동안 꽃 피울 준비를 얼마나 곱게 했을까
정말! 배롱나무는 한창 제 멋을 부리고 있다.
살금살금 외삼문을 통해 향교에 들어섰다.
▲ 외삼문을 통해 향교에 들어서니 배롱나무가 건물을 곱게 치장해 주고 있다.
모든 문들은 다 개방을 해 놓고 있었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요 속에 배롱나무들이 내 발자국소리에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듯싶다.
오랜 세월을 지켜온 나무의 줄기가 어찌나 미끈하고 고운지
정말 내가 간지럼을 태우면 깔깔거리고 웃을 것만 같다.
손에 든 양산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배롱나무가 넓게 내려주는 꽃 그늘이 얼마나 좋은지…
▲ 이 나무는 꼭대기의 꽃만 피었다.
▲ 최치원이 앉아 책을 읽었다는 자천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땀을 줄줄 흘리며 다녔지만
제일 풍성한 꽃을 피우는 시기에 찾아 와 만날 수 있음이 정말 좋았다.
고풍스런 건물과 함께 하면서
멋들어진 줄기와 가지를 뻗으면서 품어내는
와락 당겨오는 고적함의 정취를 나는 정말 좋아한다.
▲ 떨어진 꽃잎들이 땅 위에 그린 그림
▲ 향교 앞에 세워진 비,
옥구현에 파견되어 근무한 위정자들의 선정을 기념하여 세운 비석들
▲ 왼쪽 대나무밭을 경계로 향교 옆의 초등학교
지금은 폐교 되었다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향교 옆의 학교는 서로 깊은 관계가 있겠다는 나만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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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들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옥구향교는 조선 태종 3년(1403) 이곡리에 처음 지었고, 인조 24년(1646)에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겼다.
대성전의 규모는 앞면 3칸·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인 맞배지붕이다. 안쪽에는 공자를 비롯한 그 제자와 한국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토지와 노비·책 등을 지원받아 학생을 가르쳤으나, 지금은 교육 기능은 없어지고 제사 기능만 남아 있다. 옥구향교의 특색은 단군에게 제사지내는 단군묘와 최치원의 영정을 모신 문창서원, 세종대왕 숭모비(崇慕碑)와 비각이 있다는 점이다.
1984년 4월 1일 전라북도의 문화재자료 제96호로 지정되었다. -다음 백과사전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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