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
출근 전부터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소리 없이 어느 순간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바라보니
울긋불긋한 차림의 나무들이 눈을 맞고 있는 모습이
무슨 의식을 치루는 듯 고요하다.
잰 걸음으로 집안을 정리하고 집을 나서니
눈은 금세 싸락눈 같은 알갱이를 거칠게 쏟아내고 있다.
첫눈이 내리면 내 마음은 아스라해진다.
딱히 끄집어 낼 것도 없는 머언 마음이
유채물감을 비벼 놓은 듯싶은
뚜렷하지 않은 모습으로 전해오는 질감만으로도
그냥 그렇게 안온해 지는 것이다.
그 옛날 어느 순간
내 곁에 머물렀던 보잘 것 없던 형체 없는 마음들을
소중함으로 기억되게 하는 요술 부리는 첫눈!
모두에게 서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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