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삭줄
오랜만의 아침산책길
숲속 친구들이 모두 나와 환영해줍니다.
새들은 지저귐으로
초록 잎은 미미한 춤사위로
초록 숲을 채운 흰 꽃들은
저마다의 어여쁜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네요.
오솔길 조금 벗어나야 만날 수 있는 참 고귀한 꽃
마삭줄이 몹시도 궁금했지요.
첫날의 만남은 조금 어색했답니다.
서둘러 그곳을 돌아 나오는데 왜 그렇게 부끄러운지요.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책길의 상쾌함이 가득하기만 한데
아무런 마음준비 없이
그들의 고움만을 탐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 부끄러웠답니다.
첫날 이후 며칠은 그렇게
애써 모른 척 지나쳤답니다.
오늘 드디어 살금살금 다시 걸어 들어가니
아, 그들은 더 많은 친구들과 무리지어 하얗게 피어있었지요.
밤새 맑은 이슬에 헹구어 모은 달콤한 향기를 꽃잎에 돌돌 담아
바람에 실려 날려 보내고 있었지요.
아, 얼마나 향기로운지…
줄기로 뻗어나가며 무리지어 피어있는 그들은
한 송이가 향기를 날리면
줄기로 이어진 꽃들이 덩달아 같이 향기를 날릴 수밖에 없었어요.
오늘은
그들이 살아오는 날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나마저
그들의 줄기에 끌려들어가서 맛있는 향기를 가득 마셔버렸네요.
내 안에 담은 꽃 향을 나눌 수 있다면
당신의 마음도
향기로움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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