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아침,
우리 집 군자란이 꽃대를 쑤욱 올렸다.
여기저기서 봄 손님이
고운 차림으로 사뿐사뿐 걸어오고 있다.
바람을 만나지 않으면 안온하다는 날씨의 속삭임이 내 마음을 부추긴다.
살금살금 사무실 인근 공원산에 올랐다.
아!! 산이 온통 민둥산이 되었다. 우리 뒷산도 그러하다.
요즈음 우리 지역에서는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차원에서
죽은 소나무뿐만 아니라 병든 소나무까지도 남김없이 벌목을 하고 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베어 나가는 모습이 몹시도 안타깝지만
워낙 많은 소나무들이 병을 앓고 있으니 어쩔 수 없나보다
베어낸 자리에 편백나무 등으로 식재한다하나 어느 세월에 무성함을 느낄 수 있을까.
벌목을 하기 위해 산등성까지 포크레인이 오르면서 산등성에는 길이 생겼다.
포크레인 등쌀에 곳곳에서 자라던 꽃들이,
나하고 눈 맞춤 하던 꽃들의 새싹도 사라졌을 것만 같다.
아, 세월이 그러하다.
저들이 살아왔던 세월들이 시간 속으로 묻혀버렸다.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진달래 한 그루가 알려주는 듯싶은데…
어머나!
어수선한 길 한 모퉁이 양지바른 쪽에
봄까치 꽃이 피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싶은 돌 틈에 쇠별꽃이 피었구나.
포크레인 지나간 아슬아슬한 옆자리에 쑥이 자라고 있었다.
춥고 추운 날을 견뎌내고
무지막지하게 밟아대던 기계의 서슬에서도
갖은 힘을 다해 제 몫을 해내는 저들의 생명력을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아니 내 능력 밖인 것이다.
진부하게 맞이하고 보내는 일상이
순간 삶의 희열을 느끼며 반짝인다.
그렇다! 내 몸에서도 그런 신비함이 일어나고 있잖은가!
작년 5월 셋째 주부터 빠지기 시작하여
민둥산이 되었던 내 머리도 이제 싹이 돋았다.
지독한 약성을 이겨내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울 아들 왈 “ 엄마, 이제 엄마 머리 땋아도 되겠어.” 하하하
그렇구나.
봄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큰 것을 느끼게 해주면서 희망의 웃음을 안겨 주는 것이었구나!
병들어 베어 나간 나무들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저 산등성에도
생명들이 견디고 있는 것이다.
올 봄이 아니면, 내년 봄에는 반드시 피어날 생명들이…
모두들 잘 참고 지내 거라.
새싹으로 돋아나는 새로운 봄날,
내 손으로 곱게 머리 땋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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