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머루
요즈음 산길을 걷다 열매들을 만나면
차마 만지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본다.
괜한 정겨움이 불쑥 앞장서 아는 체하면
옛 기억들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듯싶기 때문이다.
식물들이 맺는 열매들을 만나면
둥글둥글 맺어있음에 귀엽기도 하지만
빨갛게 혹은 새까맣게 익어가는 질감이
괜한 풍요로움으로 비치니 더없이 반갑기조차 하다.
동네 가까운 산등성에서 머루를 만났다.
비록 먹을 수 없어 개머루라 불리긴 하여도 마냥 반가웠다.
어렸을 때, 집 가까운 동산에 올라
입이 새까맣도록 따먹은 열매가 머루 아니었던가.
지금이야 포도가 흔하게 있으니
이제 머루는 잊어가고 있지만
포도와 머루를 합쳐 재배하는 머루포도의 달콤함은
우리의 추억들을 함께 버무려 놓은 듯싶다.
저 자잘한 둥근 열매들은
산에서 나고 자란 지난 시간 동안 맞아야 했던
거센 비바람과 더위에
자신을 얼마만큼 다스렸기에 이런 동그란 모습이 되었을까
깊은 숲속에 머루와 같이 묻어 둔
머루알 같은 나의 그리움도 모나지 않게 갈고 닦아야겠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덥석 안을 수 있도록…
모남으로 그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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