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두화
우리 아파트화단에 불두화가 피었다.
용케도 4월 초파일이 가까워지면 예쁜 꽃을 피운다.
처음 필 때는 연한 초록을 머금은 흰색의 꽃으로
난 그 색감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올해는 그새 바라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오늘 만난 불두화는 어느새 활짝 피어 흰색만을 보여주고 있다.
꽃 한 송이마다 촘촘하게 핀 꽃의 무게에
금방이라도 가지가 휘어질 것 같은데도 잘 견뎌내고 있으니
말 없는 저들의 끈기와 인내를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일어난다.
꽃 수십 개가 붙어 한 송이 꽃을 이룬 모습이
나발(螺髮)이라고 부르는 부처님의 곱슬머리 모양과 닮았다 해서,
부처님의 머리 꽃이라는 ‘불두화’(佛頭花) 다.
절에서 이 나무를 많이 가꾸는 이유는
꽃의 모습이 부처님 머리를 닮았기도 했지만
이 꽃은 무성화로 생식기능이 없는 꽃이다.
탐스런 꽃송이는 암술 수술이 없이 꽃잎만 피우는 石花다.
이는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본이 되기에 절에서 많이 가꾼다고 한다.
불두화는 꽃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는 꽃임에도
부처님과 비유되며 대접을 받고 있으니 저리도 당당한 모습일까.
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그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특성을 찾아
누구보다도 떳떳하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눈길을 끌어가고 있으니
다가오는 4월 초파일의 기원등 한 구절을 저 꽃에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