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자고
3월 초하루
봄의 계절이 시작되는 첫 날입니다.
무어든 ‘첫’ 이라는 설렘이 있을진대
우리 뒷산의 첫 술렁임은 어떨지 조심스레 엿보러 갔습니다.
아직은 썰렁하기만 합니다.
나무들은 아직도
제 몸을 속속들이 보여 주고 있을 뿐이었고
여기저기 간벌된 소나무의 잔재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으니
차라리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이는
새벽녘의 모습이 훨씬 정감 있는 듯싶습니다.
첫 모습을 이렇게 썰렁함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아
예전의 꽃들의 보금자리 근처에서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살금살금 걸으며 세세히 살펴보았답니다.
▲ 생강나무
아, 생강나무의 통통하게 여문 꽃망울에서 한 줄기 노란 빛을 보았습니다.
아직 추우니 밖에 나가지 말라는 엄마 말을 듣고
그래도 바깥세상이 궁금한 듯 빼꼼 엿보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워요.
▲ 진달래 꽃망울
우리 뒷산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진달래나무예요.
역시 막 오르기 시작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처럼 통통 튀어 오르고 있네요.
▲ 동백
아, 도심근처에서 보기 어려운 홑 동백 한 그루가
수줍게 꽃을 피웠어요,
빨간 꽃잎에 황금빛 수술이 어쩜 그리도 환상적인 어울림일까요.
마치 빨간 잔에 황금빛 술을 담아 축배를 권하는 모습 같아요,
차마 지난겨울의 열매 흔적조차 내치지 못하는 참 여린 마음이면서도
모습만큼은 당찬, 환한 모습 이예요.
예쁜 모습으로도 욕심 내지 않는 동백이 정말 예쁩니다.
▲ 산자고
아, 드디어 만났어요.
산자고!!
이 근방이 산자고 꽃밭인데 아직은 한 두 송이만 피었으니
참으로 귀한 모습이지요?
꼭 귀부인의 우아한 자태처럼 곱기만 합니다.
흰 꽃잎에 자주색 줄무늬의 배색은 그 누가 알려 주었을까요.
산자고 꽃을 볼 때마다 저도 옷차림을 이렇게 어울리게 하고 싶답니다.
참으로 고고한 모습 이예요.
▲ 봄까치꽃
하하
귀여운 봄까치꽃 이예요.
한 때 이름 때문에 뾰루퉁 했었는데
이제 예쁜 이름으로 불리면서 모습도 더욱 예뻐지는 것 같아요.
이른 봄, 황량한 너른 들판에 무리지어 피어나서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는 이들의 군무가 얼마나 멋진지 한 번 상상해 보셔요!
저절로 오는 봄이라지만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이렇게 저버리지 않는 봄꽃들이
참 기특합니다.
정겨운,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주렵니다.
봄 동산에 앉아 봄꽃들의 출석부를 펼쳐들고
1번부터 하나하나 불러보겠다는 제 마음에는 어느새 봄으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