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기나무
햇살 맑은 4월 어느 하루 점심시간,
병원 정원에 들어서니
박태기나무가 꽃을 다닥다닥 피우고 있었다.
온갖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15일 여의 지루한 시간의 회색빛을
확 거두어가는 환함이 나를 밀치고 들어왔었다.
잎 하나 없는 가지에
어찌 이리도 많은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 꽃을 볼 때마다
형제 많은 가난한 어느 집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들이 그려지며
괜한 슬픔이 밀려온다.
꽃봉오리가 밥알을 닮은 데서 붙인 이름임에도
밥알이라는 표준어보다도
밥티기라는 방언을 빌려 이름 지었으니 더 슬픈 나무다.
살기위해 밥을 먹는 일은
밥심으로
밥티기 꽃을 피우는 일인가 보다.
문득
나보고 많이 먹고
밥심을 내라고 응원을 보내주는 것 같다.
많이 먹고 나도 저토록 희망의 꽃을 피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