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집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없는 향긋한 향기가 내 코를 자극한다.
아, 무슨 냄새이지???? 그렇구나!
드디어 행운목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향기가 어찌나 진하고 향기로운지 온 집안에 가득하다.
급히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도
꽃이 있는 베란다 쪽으로 왔다 갔다 하느라
일의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너무 신기 하였다.
말도 할 줄 모르는 저 식물에게서
어떻게 저렇게 좋은 향기를 내 뿜을 수 있는지...
비가 오려고 하는 낮은 대지의 기운 때문인지
더욱 진하게 퍼져 나오는 향기에
난 오늘 실컷 취해 지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 향기 속에 빨려 들어가는지, 아니면
향기가 내 몸으로 들어와 나를 취하게 하는지는 도토리 키 재기이다.
일부러 베란다 쪽으로 난 창문을 열어두고 자리에 누었는데
설핏 잠이 들었나 보다.
홈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소리의 재잘거림이 귀에 들어온다.
우람한 행운목은 가만히 서서 미소만 지을 뿐인데
저 빗방울들은 우리 집을 스쳐 지나는 순간
너무 좋은 향기가 난다고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며 통통거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경쾌하기만 하다.
문득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이 떠 올려 진다.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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