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하루 지낸 들녘은
우리의 들뜸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함을 지켜내고 있었다.
멀리 자그맣게 보이는 산은
제 높이만큼만, 품을 만큼만 마을을 품었다.
산 앞의 오기종기 모인 마을은 대지를 가꾸니
넓은 대지는 황금벌판으로 화답한다.
가을빛 담은 코스모스의 바람에 일렁임은
제 멋일까
움켜잡을 수 없는 멋으로 모두를 흥겹게 해주고 있었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
봄의 연둣빛이 희망이라면
가을의 연둣빛은 완숙함이다.
주저 없이 돌아가는 자연이 품은 저 지극한 순연(順緣)!!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오듯
자연 역시 한 해가 끝남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나도 돌아가고 싶다.
나의 본질을 이루는 근본을 만나고 싶다.
수까치깨
수까치깨 군락
흰여뀌 (환삼덩굴이 마치 제 꽃이라도 되는 양 호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