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상이 마무리되는 시간, 한 낮이 되면
한 번씩 산에 오르곤 한다.
햇볕 쨍한 숲의 분위기가 못내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새벽 참에 눈으로만 만난 귀한 것들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팔 차림으로 나서니
햇살이 온통 내 팔을 향하여 내려 쬐는 듯싶다.
얼른 그늘로 가야겠다는 다급함으로
쫓기듯 햇살을 비켜본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의 수분을 말리려는지
땀을 비 오듯 흐르게 한다.
숲속의 초목들은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도 의젓하기만 하다.
저들은 나처럼 그늘을 찾아 나설 수도 없고
목이 마르다하여 물을 마실 수도 없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지만 그들은 지혜로웠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피할 수 없는 더위!
어차피 피하고 싶은 간절함을 이룰 수 없다면
그 간절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룰 수 없음을 알고도
그에 집착을 한다면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
내려쬐는 햇살에 그냥 제 몸 온전히 내 놓고
시나브로, 침묵으로 제 할 일 다 해내고 있음에…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 것은
고통을 부르는 것과 같다.
그 원함을 이룰 수 없을 때 하고자 하는 욕망은 곧 고통이 아닐까.
뜨거운 햇살을 원망하지 않고
욕망을 바라지도 않고,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법을
숲의 초목들은 조용히 일러주고 있었다.
아, 그 마음을 아는 척 하는 순간,
한 줄기 스치는 바람에
온 몸으로 흐르는 땀이 상쾌함을 전해준다.
배풍등
주름조개풀
자리공 에서 노니는 노랑나비
어쩜 일부러 햇살아래를 찾아 앉은 호랑나비~~
쇠서나물? 사데풀? 조밥나물?
참으로 아리송 했는데 '조밥나물' 이라고 배움을 받았다.
며느리밑씻개
파리풀
파리풀의 열매
꽃이 지고 어느새 열매를 맺었다.
열매가 매달리듯 아래를 향한 채 줄기에 착 달라붙어 있다.
이는 무엇이든 간에 스치기만 해도 씨가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함이란다.
이 더운 날씨에도 자손 번식에 여념이 없는 아주 작은 꽃! 참 기특하다.
주홍서나물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음은 비에 젖지않게 하기 위함이란다.
씨가 익을 때가 되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
주홍서나물
완전히 씨가 익으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씨를 바람에 훨훨 날려 보낸다.
개머루덩굴
박주가리
살인적인 더위는 식물들로 하여금 열매와 꽃을 공존케 하는가 보다.
박주가리 열매는 익으면 저절로 벌어져 씨가 날아가는데
씨를 날려 보낸 열매 껍질이 물 뜨는 박 바가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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