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사진

맨드라미를 바라보며

물소리~~^ 2013. 8. 13. 12:10

 

 

 

 

 

 

   햇살이 작렬한다. 어쩜 이런 표현이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울리는 표현이 될까. 책속에서 머나먼 지중해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작렬이라는 말이 우리 입에서 스스럼없이 흘러나오니, 이 더위를 조금은 낭만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사실 이 햇살 아래서 피고 지는 꽃들을 만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자연의 현상이 아니겠는가.

 

사무실 옆 공터에 맨드라미가 피었다. 그리 썩 정리되지 않은 작은 텃밭 사이에 피어난 것이다. 모습은 뭉툭하니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옛 추억을 되살려 주는 꽃이기에 더 없이 다정한 꽃이기도 하다.

 

맨드라미는 그 꽃이 수탉의 벼슬과 같아서 계관화(鷄冠花)라고도 한다. 맨드라미는 여름에 꽃이 피면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 모습을 유지한다. 꽃이 예쁜 것 보다는 주로 울밑이나 장독대에서 오랜 동안 꽃을 피우며 우리와 함께 지낸 꽃이어서 더욱 다정한 꽃이다. 모습도 빛깔도 다양한 이 꽃은 아마도 우리보다 훨씬 전 시대를 살아가신 분들께도 다정한 꽃이었는지 이 꽃을 노래한 선조들이 많이 있다.

 

추사 김정희는 〈계관화〉라는 시에서 노래하였다.

 

장독대 이편저편 운치를 더했거니

희고 붉은 봉선화와 함께 피어 있구나.

醬甕東西增一格. 鳳仙紅白共繁華.

 

 

꽃을 사랑하고 시를 좋아했던 이규보는

변소에 핀 맨드라미를 보고 노래한 시가 전해 오고 있다.

 

닭이 이미 꽃으로 변화하여서

어이해 뒷간 가운데 있나.

아직도 옛 버릇 그대로 남아

구더기 쪼아 먹을 생각 있는 듯.

鷄已化花艶. 云何在溷中

尙餘前習在. 有意啄蛆虫    - 정민교수의 한시 인용 -

 

 

꽃 하나라도 허투루 바라보지 않고 마음을 다하여 바라보며 이렇게 좋은 글들을 후세에 남겼으니… 그저 예쁘다는 명목만으로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이 읊어낸 마음만을 훔쳐보는 나는 언제나 시인 같은 마음을 체득할 수 있을까. 그에 이르는 벼슬 한자리 꿰어보고 싶다.

 

 

봉선화와 함께 피어있는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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