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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감상글 - 장미의 이름 -

물소리~~^ 2012. 7. 14. 10:48

 

 

 

 

 

 

 

 

   며칠 전 신문을 펼치다가 ‘움베르토 에코’ 라는 깜짝 반가운 칼럼제목을 만났다. 이는 현존하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호학자로 '백과사전 지식인'으로 불리는 종이책 예찬론자라고 한다. 그런 그가 지난 2일에 루브르박물관 장서각 이층에서 그의 종이책 '장미의 이름' 과 전자책 단말기를 동시에 집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고 한다. 소설 100여권이 저장된 단말기는 깨졌지만 종이책은 약간 구겨졌을 뿐이라고 했다. 이는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오래간다는 것을 보여주며 '옛것'의 망각을 강요하는 문명에 맞서 생각의 끈을 놓지 말자는 한 지식인의 외침이란 칼럼의 내용이었다. 

 

그가 지은 ‘장미의 이름’ 이라는 책을 5월 중에 읽었었다. 양장본 두 권으로 된 방대한 분량은 보통의 책 4권에 해당하는 책인 것 같았다. 엄청난 두께와 전문적인 용어들에 대한 주석이 가득한 책은, 다 읽은 후의 느낌이 미리부터 궁금하였다. 사이사이 다른 책읽기를 하면서 근 두 달여에 걸친 책읽기였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사건을 추리형식으로 엮어 나간 글이라서 공백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은 책 읽기였다. 긴 시간을 할애한 까닭으로 그만 감상문을 남겨 놓기에는 무언가 부족했지만 작가의 퍼포먼스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니 한 번 정리해 보자는 마음이 일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떠도는 괴담에 추리형식을 빌어 작가의 인문학 실력을 가미한 소설이다. 전문적 학자다운 지식의 표현이 많았고,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기호학자라는 칭호답게 기호로써 암호를 풀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부족한 책읽기였지만 내용을 간략하게 풀어 본다.

 

중세 이탈리아의 멜크 수도원의 장서관은 책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수련하는 수도사 6명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이에 윌리엄이라는 영국의 수도사와 그의 제자 아드소가 살인사건을 파헤치며 펼쳐지는 7일 간의 이야기인데, 무궁한 지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내용이 가득하다는 것을 책의 분량이 말해주고 있었다.

 

수도원의 장서각에는 금서가 보관되어 있었다. 누구든 읽으면 안 되는 책이었다. 금기는 그 금기를 허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부추긴다. 범인은 도서관장인 호르헤 신부였다. 그는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 라는 내용의 필사본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을 금서로 지정하고 아무도 읽지 못하도록 책장마다에 독을 발라 도서관 깊이 감추어 두었다. 호기심으로 이 책을 찾아내어 침을 묻혀가며 읽은 수도사들이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그 당시의 책은 종이가 아닌 양피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침을 발라가며 책을 넘겨야 했던 것이다.

 

나중에 그가 범인임을 알고 윌리엄 수도사는 왜 그 책을 감추며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 했느냐는 질문에 호르헤는 "웃음이라고 하는 것은 허약함, 부패, 우리 육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p842) 라고 말한다. 웃음이 두려움을 없앤다는 이유에서였다.

 

호르헤 신부는 인간에게 두려움이 없다면, 두려움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해주는 종교가 무의미 해질 수 있다고 믿었을까. 좋은 감정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웃음에 대한 책 읽기를 금기 시켰음은 신부라는 종교적 신분에 충실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윌리엄은 이 모두가 광신의 정체라는 믿음이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종교와 관계없이 중세의 시대적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사건의 추리를 위해, 금서를 찾기 위해, 동선을 찾으며 수도원의 내부를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과학을 보여주고 그림을 읽어주기도 하였으며 그 시대의 책 만드는 과정까지 두루 접할 수 있는 기쁨을 얻었다. 실제로 그 배경이 된 수도원이 현존하고 있으며 그곳의 장서각 역시 대단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책 속에 다양하게 펼쳐는 주제 중, 어느 한 주제만을 골라도 훌륭한 감상문을 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장마다 매우 긴 유익함으로 가득했지만 뜻을 헤아리느라 내 감정을 충분히 이입하지 못했다. 추리 형식을 따라 읽으며 간간히 머리에 들어오는 지식들을 잡았을 뿐이다.

 

하여 신문에 실린 작가의 퍼포먼스에 동감하며 내가 지닌 장미의 이름이란 종이책을 오래도록 보관 할 것이다. 언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세심히 읽는다면 정말 유익함으로 크게 남을 것이니 꼭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종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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