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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여행

물소리~~^ 2012. 8. 25. 21:19

 

 

 

 

포항 → 울릉도 행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히 휴가란 명목으로 휴가다운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주로 여름철에 계획하여 움직이는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여 올 여름에는 업무적으로 한가한 때를 틈타 울릉도에 2박 3일 여정으로 다녀오자는 남편의 의견이었다.

 

동안 2번이나 울릉도에 가기로 했었지만 한 번은 업무 때문에, 한 번은 태풍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강행하자며 준비를 하고 23일 새벽에 포항을 향해 출발하였다. 곳곳의 비 소식에 일말의 걱정이 앞섰지만 무시하였다. 어디쯤에서부터인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 비는 포항에 가까워지면서 더 거세어지고 있었다.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전날에도 울릉도행의 선박이 출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루 1번 운행하는 배편이어서 모든 사람들은 오늘은 어쩌려나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꼭 출항한다는 담당직원의 말에 나는 속으로 좋아라 했다. 헛걸음은 아닌 듯싶어서이다. 시간이 되어 승선 절차를 밟고 배에 오르니 드디어 출발한다는 기쁨에 마냥 좋았다. 밖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불었다. 울릉도권을 벗어나면 괜찮다는 말에 모두들 안심을 했다. 배가 출발 한 후, 30여 분이 지나니 선장의 안내 방송이 있었다. 예보와 다른 기상조건으로 배의 속력이 늦어져 울릉도에 제 시간보다는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는 점점 더 흔들렸고 무언가가 세차게 배를 치는 느낌을 느끼면서 우리는 마치 바이킹을 타듯 흔들림을 받고 있었다. 움직이는 물건들을 바라보면 더 어지러울 것 같아 나는 눈을 꼭 감고 멀미로 인한 구토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 30여 분이 흐르고 이제 반절정도 왔구나. 어서 1시간 반만 지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까스로 멀미를 견뎌 내고 있었다. 

 

다시 선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느닷없이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포항으로 회항을 한다고 하였다. 거센 바람에 속력을 낼 수 없으니 지금처럼 간다면 앞으로 7시간 30여분을 더 가야하며, 그렇다 해도 승객들의 안전과 선박의 안전을 위해 화항 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 이었다. 누구 한 사람 반론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1시간 30분 여 배를 타고 있었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되돌아 왔었다. 울릉도는 언재나 나를 울렁울렁하게만 만들었다. 여행이라는 설렘의 울렁임과 배의 요동으로 인한 울렁임만을 선물 받고 우리는 다시 육지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까지 결정을 해야만 했던 선장의 심적 고통은 어떠했을까? 한편 고맙기도 하였다. 아마도 엄청남 손실을 가져올 것은 뻔 한일, 배에 오를 적에 증정품으로 나누어준 손부채와 손 소독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난 그대로 의자에 놓아두고 내렸다. 

 

다시 포항에 도착하여 환불 등, 모든 절차를 밟고 나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속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으니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비는 계속 많이 내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서운타는 생각에 일치를 보았다.

 

하여 경상북도 일대의 유명한 곳을 내일까지 찾아다니자는 의견을 모았고 첫 번째 행선지는 청송의 주산지였다. 비옷을 챙겨갔기에 조금은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날 도산서원과 청량산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2박 3일이 아닌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느 면으로는 더 알찬 여행이다 싶은 마음에 아쉬움은 없었다. 온 산하가 비에 젖으니 햇살의 따가움을 피 할 수 있었고, 비에 젖은 초록들이 내 뿜는 싱그러움을 마음껏 바라보며 마음의 보약을 원 없이 취하였다고 자부한 이틀 이였다. 잠깐씩 비 그칠 때 피어오르는 물안개들이 산등성을 감싸며 오르는 모습들은 얼마나 멋있었던가. 그들은 누구한테 배운 솜씨로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며 지닌 재주를 마음껏 펼쳐 보이니 바라보는 나는 저절로 신선이 되어가고 있었다.

 

특히 서원을 돌아보면서 느낀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읽었던 관련된 책들에 내용들이 확인되는 순간의 희열을 마음껏 받았으니 나의 기이한 여행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포항여객선터미널과 북부해수욕장

 

 

 

터미널내부(깔끔한 모습이다)

 

 

 

배 안의 창의 통해 바라본 바다

비가 많이 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