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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언제나 맑은 자리 소쇄원이라네

물소리~~^ 2012. 8. 25. 09:48

 

지난 8월 12일 일요일 배롱나무꽃이 수놓은 소쇄원을 찾았다.

 

 

 

소쇄원은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원림(자연에 약간의 인공을 가하여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삼은 것)으로 우리나라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가 담겨있으면서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소쇄 양산보가 조성한 곳으로,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를 당해 죽게 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 소쇄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고 한다. 소쇄원이라는 것은 양산보의 호 소쇄옹에서 비롯된 것으로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계곡에는 오리들이 놀고 있었다. 소쇄원을 끼고 흐르는 물길은 이쯤이 마지막 물길이겠지만 전체적으로 지네의 형상을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소쇄원의 건너편 마을은 지네와 상극인 닭을 의미하는 닭네라 불렸으며, 지금도 닭네길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는데 확인하지 못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이 우리를 반겼다. 밖에서는 찌는 듯싶은 무더위였는데, 바삐 오느라 팔 가리개도 하지 못했는데, 대숲의 바람과 그늘이 나의 걱정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마음이 절로 가벼워지며 둘레둘레 좋은 풍경을 찾는 내 마음이 더 크니 땀마저 숨어버린다.

 

 

 

 

 

일요일이어서인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조용함을 찾아 나섰건만 그 옛날의 고요함은 후손들에 이리저리 나누어 주느라 분주한 탓인지 고요마저 이 여름에 땀을 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풍각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멋진 사진을 찍고자 하는 내 마음이 무너진다. 하지만 시원하게, 소담스럽게 쏟아지는 폭포가 있어 그곳으로 눈을 돌리니 웬걸 그 안에 한 사람이 앉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원망해 무엇 하리요. 모두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니 그 모습마저 사진기에 담아 보았다.

  

 

나는 그랬다. 광풍각을 멀리서 바라보고 돌담을 따라 걸었다. 돌담 또한 소박하니 주위의 풍경에 거슬림이 없었다. 자연스러움에서 안온함을 느끼며 따라 걷다 담장의 글씨를 만났다. 담에는 "애양단" 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 옆에는 동백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동백나무는 효를 상징하는 나무이면서 또한 시간이 간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양산보는 효성이 지극 했다고 한다. 이곳에 동백나무를 심어놓고 아마도 멀리 계신 부모님을 보듯 대 하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 나무가 참으로 존경스럽다.

 

 

 

 

애양단 글귀가 새겨져 있는 담을 따라가게 되면 또 다른 담에 "오곡문" 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이곳에서 다섯 번째 굽이치는 곳이라 해서 지은 이름으로 우암 송시열이 쓴 글씨이다. 담을 따라 걸으니 멀리 또 하나의 긴 현판의 글씨가 보였다. "소쇄처사양공지려" 라는 이 또한 송시열이 쓴 글씨인데 너무 멀리 찍어 판독이 되지 않으니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그렇게 돌담을 따라 걸으며 돌아선 계곡! 내가 이곳에 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곳이다. 담은 외부와의 차단 역할을 한다. 그렇게 쌓아야 하는 담 밑에 계곡이 흐르고 있으니 담으로 물길을 막을 수 없다 생각하여 저런 외 돌다리를 쌓아 담을 받쳐 놓은 것이다. 물길을 막지 않으려는 주인의 곧은 마음을 알아차린 외 돌다리다. 너끈한 힘으로 돌담을 받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곳에 한 사람이 앉아 시원함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많이 언짢았다. 선조들의 귀한 얼이 어려 있는 곳을 누구나가 감상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독차지하고 있다니… 나는 참지 못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니 비켜 달라고 했다. 그이는 황급히 자리를 비켜주면서 배낭을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다. 

 

 

 

 

계곡을 건너 아담한 정자를 만났다. 제월당이었다. 당호인 제월(霽月)은 ‘비 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의미한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이 지긋하신 중년 여인 한 분이 제월당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계셨다. 제월당 현판 역시 송시열의 글씨다. 지붕 밑에는 "소쇄원사십팔영" 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는데, 소쇄원을 주제로 한 漢詩라고 한다.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으니… 나는 그저 지나는 바람이 일러주는 그곳의 옛 정취만을 마음 가득 담아볼 뿐이다. 제월당은 주인이 거처하며 조용히 독서하는 곳이었다. 그에 따른 일화가 있는데 마루 위 움푹 파인 자리는 매일같이 같은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하며 지냈기에 생긴 자국이라 한다. 또 다른 과골삼천(?)의 흔적임에 나는 오늘 이 흔적을 꼭 찾아보고픈 마음이었다.

 

 

 

 

 

제월당에서 광풍각으로 내려가는 샛문의 정취가 아담하니 정겨웠다. 배롱나무의 멋진 자태가 광풍각의 지붕을 감싸 안은 듯, 품은 듯 서서 뭇 사람들에게 시심을 안겨주고 있으니 주인 따라 저절로 글을 읽고 배운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 번째로 찾아온 소쇄원이었다. 땀을 흘리며 찾아온 길, 무엇이 이토록 나를 부르는 것일까. 배롱나무의 자태가 그리웠고 곳곳에 새겨진 글씨들이 지닌 세월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눈 안에 들어오는 풍경 속에서 늘 또 다른 풍경을 찾아보고픈 그런 열망이었을 것이다. 맑디맑은 바람 가득함 속에서, 자연스레 펼쳐지는 풍경 속에서,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그저 두 팔 벌려 가득 안아 오고 싶었던 것이다.

 

 

 

 

소쇄원은 문학가 뿐만 아니라 조경과 건축 전문가들이 한번쯤은 꼭 들려야 하는 코스라고도 한다. 그만큼 품은 뜻이 깊을 뿐 아니라 건축의 묘미와 자연을 끌어들이는 조경술 까지도 조합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한다. 또한 한국적인 정원의 진수를 찾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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