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이 끝나자 11월이 성큼 제자리로 들어왔다,
우리 손자만큼이나 유순한 가을바람이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가을날에 고추장을 담았다.
올해는 나누는 식구가 조금 많아져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고추장을 담고 나니 그냥 마음이 든든하다.

오래 두어야 더 맛있는 고추장이듯
우리도 그렇게 오래 더 맛있는 마음을 나누길 바란다면 나의 욕심일까.
무언가를 올망졸망 그릇에 담아 나누는 마음은
아마도 내 언제 되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애틋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실청을 담고 100일이 되는 날 걸러서
약 5kg 맛있게 익은 청을 수확(?)했고, 한 번에 2리터씩 고추장 담을 때 넣었다.
올해는 담근 후 15년쯤 되는 인삼주를 소주 대신 고추장에 넣었다.
작년에는 복분자주를 넣었었다.
식구 모두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한 번 술을 담그면 오래오래 손을 타지 않기에
고추장 담을 때 유용하게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담은 고추장이 맛있다며 좋아한다.
매실청을 거른 후 걸러진 매실 과육을 손질하여
약간의 고추장과 파, 마늘 등 양념을 해서 무치면
이 또한 아삭아삭 쫄깃쫄깃 아주 맛이 좋은 밑반찬이 된다.

가을 기운에 함초롬히 젖어드는 가을날의 사물들은
푹 가라앉은 하늘을 이해한다는 듯 다소곳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들에 말없이 마음을 실어보는 우리네 사람들이지 않을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음력 섣달 보름에 (11) | 2026.02.03 |
|---|---|
| 악마의 눈으로 미세 먼지 이겨낸 날 (37) |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