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가을 비에 젖은 가을이 내려온다.

물소리~~^ 2025. 10. 13. 22:09

 
비가 내린다. 낮보다 잦아드는 가을비.
며칠 계속해서 내릴 거라는 예보지만 가을 비라는 예쁜 이름으로 바라본다.
이른 아침, 비 내리기 전 운전대를 잡았다.
푹 가라앉은 하늘 아래의 들판은 차분한 가을 분위기를 안겨준다. 

▲ 호박꽃


자신이 처한 장소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할 열매 맺기에 열정을 다하는 호박꽃이 유난히 예쁘다.
 

꾸무럭한 하늘에 기러기가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자로 잰 듯싶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흐트러짐 없이 날아가는 모습을 차창을 통해 바라보노라니
7개월을 지난 우리 손자 생각이 나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앉아 있는 손자의 두 손을 잡고
♬ 세세세 아침 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
노래를 부르면
손은 그냥 나에게 맡겨 놓은 채 흔들리며
무슨 말이지? 하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가위바위보! 하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옹알이를 한다. 얼마나 예쁜지…

                                                                        (손자 사진은 내렸습니다.)

 

▲ 억새

 
야트막한 야산 기슭에 억새가 꽃을 피웠다.
억새는 처음부터 흰머리여서 참 좋겠다.
영원히 늙지 않는 고운 모습으로
가을 서정을 수굿한 모습으로 가만가만 풀어내고 있잖은가.
나는 그 자태를 참 좋아한다.
 
나로서는 꽃을 잃은 봄이 지나고, 그렇게도 무덥던 여름이 지났다.
환절기라 말하는 시기에는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봄꽃을 잃었어도, 종일 에어컨을 켜야 했던 무더위도 보이지 않는 시간 따라 흘렀다.
나의 일상도
늘 규칙적으로 돌리던 쳇바퀴가 빠져나가 버리면서 덩달아 그렇게 시간 따라 흘렀다.
하지만 나는 무던히도 그 쳇바퀴를 다시 돌리고 싶은 마음으로 예민해져 있었다.
 

▲ 하늘타리

 


수영을 배웠다.
배영까지 배웠고, 이제 평영으로 나간다는데

나는 다시 자유형을 선택했다.
자유형을 완벽하게 잘 배워서 수영장을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서다.
 
공부한다고 깝죽대며 4개월을 버티다가 포기했다.
이해력, 서술 능력등은 상위 수준인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비참하게 하니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는 몸이라며 아들들이 적극 반대한다. 후~~
 
매주 토요일이면 손자를 만나러 갔다. 아들이 그렇게 배려를 해 주었다.
내가 간 그날만큼은 며느리가 육아에서 조금 해방되면서
나름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싶었다.
내 바람대로 저희 스스로 그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 같으니
나는 손자 돌보는 일이 더 재밌어졌다.
 
하루는 교통사고를 냈다.
코너를 돌면서 중앙선과 너무 가까이 돌다가 분리대에 내 차를 긁어 버린 것이다
자차보험으로 처리했지만 견적이 좀 많이 나왔다.
놀란 아들들은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했지만 나는 심히 불편했다.

큰아들은 여태 사고 없었던 엄마가 웬일이냐고 한다.

한동안 운전대 잡기가 불안했다.
 
친정어머니 기일을 지내며 친정 식구들을 만나고 와서는
느닷없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일주일을 고생했는데 목이 찢어질 듯 아프고
처방받은 팍스로비드 약으로 입맛을 잃고서 일주일을 전혀 먹지를 못했다.
체중이 확 줄었다.
그러잖아도 수영으로 체력소모가 컸는데 더 커진 것이다.
다행히 수영은 이제 몸에 익숙해졌는지 처음처럼 힘들지 않아서 걱정을 덜었다.
 
이렇게 저렇게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나름의 어정쩡한 쳇바퀴가 만들어지고
억지로 맞추어 돌리며 살아가는데 긴 추석 연휴가 닥쳤다.
각자 손님맞이를 끝낸 우리 친정 세 자매는 뭉쳤다.
2박 3일 예정으로 신시도에 숙박 예약을 하고 모였다. 

▲ 추석날 밤에 만나지 못한 보름달을 이틀 지난 8일 밤에 둥근달을 장자도에서 만났다.

 


10월 9일, 날씨가 정말 좋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경이 너무 맑고 청명했다.
장자도의 뒷산 대장봉에 올라 남편에게 전화하니
자매들이 얼마나 덕을 쌓았기에 이리 좋은 날씨냐는 농담이 사뭇 진지하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언니와 동생은 기분 좋아하며 깔깔 웃는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에 나도 모처럼 마음이 밝아진다. 

 


자연의 시간도 이런저런 바람에 흔들리며 지났을 것이지만 절대 무의미하지 않게 지나고 있다
그 흔들림에 더욱 견고해진 모습을 오늘 날씨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두 계절을 지나며 나에게 닥쳤던 바람의 사나움이 스쳐 지난다.
이제 나도 그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게
그 순간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면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 대장봉 오르면서 만난 모싯대

 

▲ 꽃며느리밥풀꽃

 

▲ 전설을 지닌 할매바위

 

 

 

 

▼ 유람선을 타고 고군산 섬들을 돌아보았다.

▲ 해식동굴

 

▲ 주상절리 : 떡바위라는 이름을 붙였다.

 

▲ 유유히 날으는 갈매기

 

▲ 섬과 섬을 잇는 다리 앞 검은 바위는 독립문 바위 :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있는 섬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