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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날 소꿉놀이

물소리~~^ 2024. 2. 5. 05:59

 

 

▲ 입춘날의 매화

 

 

늘 입춘, 24 절기 중 제일 먼저 찾아온 절기다

절기 때마다 드는 마음은 아. 벌써!! 하는 놀라움이다.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고 새삼 눈 흘기는 마음이지만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픈 마음이기도 하다.

 

입춘첩 하나 쓰고 싶기도 하지만

정갈한 붓글씨는 어림없으니

기껏해야 사인펜으로 한 번씩 써보기도 하였다

 

입춘을 기다리던 옛사람들은 동짓날이 되면

긴 겨울날의 지루함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고 한다.

 

즉 동짓날부터 81일이 지나면 매화가 피어 봄이 오기에

봄을 기다리며 9개의 꽃잎이 달린 9송이의 흰 매화를 창호지에 그려 벽이나 창에 붙여놓고서

매일 한 잎씩 붉은 칠을 하였다고 한다.

하여 9*9=81,  ‘구구소한도’라는 이름이다.

 

동짓날부터 봄을 기다리며 하루에 한 잎씩 붉게 칠해 나가다가

마지막 81번째 매화에 칠을 하고

창문을 열면 진짜로 밖의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81번째 매화꽃잎을 그리고 나면 실제 매화가 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구구소한도를 그리며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는 조상들의 슬기로운 풍류가 정말 멋지다.

빈 가지에서 피어나는 새 생명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경이롭다.

 

 

▲ 나만의 구구소한도

 

지난 동짓날,

갑자기 내 마음에 간직한, 나만의 멋진 희망 소한도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만큼 내가 풀어나가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칠하다 보면

한 걸음씩 목표에 다다를 거라는 그런 희망 메시지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림 솜씨 역시 젬병인지라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문갑 위 탁상달력에 꽃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나가자고 유아적 생각을 했다 ㅎㅎ

 

81일 동안 비축한 시간의 문을 활짝 열면

희망이 가득 고인 매화나무의 꽃이 눈앞에 펼쳐지듯

그런 일상이 내 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해 보면서…

그런데 스티커의 꽃들이 제각각이다.

매화도 있었지만 복사꽃, 살구꽃, 장미 등이 요란하게 매화 자리를 잠식하고 있잖은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내 삶에 어찌 매화만 필 것인가. 때론 꽃 아닌 꽃도 내 마음을 차지할 것이로다.

 

그래도 웃음을 선물 받은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요일의 일상을 시작하는데

아, 매화 대신 우리 집 콩고 4번째 꽃봉오리가 살금살금 꽃 피우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정말 신기하다. 그에 뒤에 또 하나의 꽃봉오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즐거움보다 ‘어쩌자고 그러니?’ 하는 염려의 마음이 앞선다.

왠지 콩고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입춘에 매화대신 핀 콩고. (위, 아래 오전 8시 20분부터 11시 50분 사이)

 

▲ 언제 보아도 단아한 모습

 

▲ 꽃대를 쑥쑥 올리고 있는 행운목

 

▲ 우리 뒷산은 아직 빈산이었는데

 

입춘 날의 뒷산 풍경이 궁금하여 오랜만에 뒷산을 올랐다.

뒷산 가는 길 우리 아파트 화단의 매화나무는

금방이라도 꽃피울 것 같은 야무진 모습의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다

 

그렇구나~~ 구구소한도는 매화 스스로 그리고 있는 것임을 이제 알겠다.

뒷산은 아직 빈 산이다.

고요하지만 대지는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니

자연은 우리 인간사에 하등 관계없이 저절로 자연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소꿉놀이한 내가 민망하기만 하다.

요즈음 내 바쁜 날들도 규칙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한 페이지일 것이니

조금 더 참고 노력해야겠다.

봄을 알리는 입춘날의 햇살이 참으로 따스하다.

 

▲ 빈산을 지키고 있는 미국쑥부쟁이의 황혼

 

 

▲ 그래~~ 입춘이야~~ 봄까치꽃

 

▲ 우리집 베란다에도 봄햇살이 가득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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