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 회원 중 한 사람이
몇 년 전 남편의 사업을 접고 자신들의 소유인 땅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진즉부터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날이면 가끔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나는 그냥 이야기들에 맞장구를 쳐 주며 가볍게 흘려듣곤 하였다.
간혹 땅콩도, 서리태 가루도, 싱싱한 상추를 우리들한테 주기도 하였다.
이이는 원래 섬이 고향인지라 섬에 땅도 있고 하니
섬과 육지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은근한 부자였던 것이다.
지난달 모임 때,
7월 중에 자기네 블랙베리 수확 철이 되었으니
우리 모두 와서 따 가라고 하기에 지난주에 날짜를 잡아 놓고 기다렸다.
한데 잦은 비로 그 날을 지키지 못하고 어제 오후에 다녀왔던 것이다.
다시 정한 날짜를 깜박 잊고 있었는데 메시지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 가서 차림을 하고 나섰다
비 그친 여름날의 더위가 만만치 않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해 보는지라 신이 났다.
친구의 밭 컨테이너에 도착하여
한참을 옥수수며 수박, 감자 이것저것 먹으며 수다 떨다가 밭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4년 된 블랙베리 나무라는데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으니 얼마나 탐스런지…
친구가 따는 법을 알려 주어 밭으로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조금 어설펐는데 조금 지나니 모두 신이 났다.
따는 시기를 놓친 열매들이 손닿자마자 땅에 떨어져 버릴 때는 너무 아까웠다.
열매를 따다가 한 이랑에서 연분홍 꽃을 보았다.
이게 무슨 꽃이지? 하며 바라보는데
아. 블랙베리 꽃 이었다 정말 예쁘다
이 꽃 필 즈음 정말 예뻤겠다고 말하니
주인 친구가 얼른 대답하기를 꽃 세상이었다고…
내년에 꽃 필 즈음에 찾아와서 꽃구경하라한다
꽃 진 자리가 더 많은 곳에서 벌 한 마리가 남은 꽃 위에 앉아 있다.
뒤 늦은 차례지만
그래도 오롯하게 남은 꿀을 따는 벌의 재미가
지금 나의 재미만큼이나 크겠다.
벌아 열심히 따서 많이 비축해두고 겨울을 나렴~~
덥기도 하고, 오후 시간의 나름대로 일정이 있다고
한 시간만 따기로 했는데 어느새 두 시간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주인 친구는 3봉지 정도씩 딸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나는 어느새 6봉지를 채우고 있었다.
아침에 우유에 바나나와 블랙베리를 함께 갈아보니 색깔이 넘 곱고 맛이 좋았다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하니
내가 따 온 6봉지를 다 먹고 나면
내 몸도 많이 좋아지겠지?
냉동고에 나란히 들어선 블랙베리
앞뒤로 세워 놓았는데
뒷 줄은 보이지 않지만
내가 따서 그런지
뿌듯하고 든든하다
베리도 따고 꽃도 보고
모처럼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기도 하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베리의 효능도 좋다지만
즐겁게 보낸 시간에도
나를 살찌운 효능 만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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