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가 골목길을 잘못 들어왔을까?
분명 이 길이 맞는데… 일주일 전 만리향 나무 한 가지를 꺾은 후,
죄 지은 사람처럼 살금살금 다시 한 번 찾아 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나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니 나는 골목 구간을 잘못 들어왔나 보다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아파트 담 밑으로 꺾인 나뭇가지들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앵두나무와 넝쿨장미였다.
아!! 그때서야 놀라움과 함께 돌아온 생각!
그렇다면 만리향도 그렇게 잘려 나간 것이다.
다시 그 자리쯤으로 되돌아가보니
아닌 게 아니라 담장 밖, 도로변으로 뻗힌 가지들을 모조리 잘라낸 것이었다.
세상에나~~ 그렇게도 무성히 자라 꽃을 피워 나로 하여금 욕심을 부리도록 했는데…
가지 꺾은 마음을 반성했었는데…
이렇게 모조리 잘렸다니~~ 참으로 아까운 마음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무를 자르는 날 왔더라면 모조리 달라고 했을 건데.
나도 나무가 이렇게 잘릴 줄 몰랐는데
하물며 나무는 얼마나 놀랐을까.
우리 모두는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들이
늘 공존하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인 것이다.
나로 하여금 생각의 발상을 주는 사물들은 나의 주변에서 흔하게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 事物들은 모두에게 공유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나에게 事物이었던 잘려 나간 만리향 나무는
아마도 도로를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私物의 존재였나 보다.
꽃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번식에 필요한 과정이며 여정의 한 부분으로
화려한 모습과 진한 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참한 모습인 것이다.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꺾임으로 사라졌으니
그야말로 허무한 꽃이 되었구나!
그런데 왜 나는 사라진 꽃자리에 서서 마음이 조금씩 떳떳해지고 있는 걸까.
▲ 5월 17일 모습
▲ 5월 24일 모습
▲ 만리향 나무의 잘린 모습
▲ 담장 밖으로 뻗어나온 앵두나무와 넝쿨장미도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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