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호수는 가을색을 머금고 제법 고상한 멋을 부리고 있다.
긴 연휴가 안겨주는 시간의 연속성은
자꾸만 먼 곳, 높은 산, 깊은 산 어느 곳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키워주는데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은 생각의 끝에 절벽을 만들어 놓고 나를 끌어당긴다.
그냥 오늘, 지금의 내 것만큼만 누리면서
오늘의 느낌대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다짐으로 공원 산을 올랐다.
깊은 산의 울창한 숲길도 좋고
높은 산의 하늘을 향한 우뚝한 바위들의 장엄함도 좋고
아주 낮은 산의 더부룩한 풀숲을 헤치며 걷는 오솔길도 좋지만
오늘처럼 잔잔한 비 내리는 공원 산길도 마냥 좋다.
계절은 태풍에 실려 오고 가며 탈바꿈을 하고 있다.
최고의 위치에서 미련 없이 자리를 내어주는 이치를
계절의 길목에서 배울 수 있지만 늘 그때뿐이니…
이제 마악 익어가려는 가을 빛을 만나 복습해야겠다.
▲ 촉촉한 오솔길
자꾸 흐려지는 시력으로 사진이 흔들리고 있으니
하나씩 하나씩 나타나는 후유증의 끈질김 탓으로 돌리고 싶다.
▲ 명절을 지내고 난 며느리들이 모여 왕수다를 떨며 나를 반긴다.
저들의 수다에 나도 끼고싶다.
▲ 벌거숭이가 된 산은 약한 비에도 쓸렸는지
모래주머니로 막음을 해 놓은 모습이 먼 풍경으로 보인다.
▲ 산위에 오르면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후련함이 참 좋다.
멀리 충청도의 장항제련소굴뚝이 흐린 하늘빛을 뚫고 있다.
▲ 벌거숭이 산 꼭대기에 정자를 지어 놓았다.
몇 백 년 후쯤에는 명소가 될까?
아파트 군상이 호위를 하며 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 으아리꽃
한쪽에서는 열매를 맺고 있고
늦피운 꽃들은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늦다고 투정을 부리면 더욱 늦어질 뿐, 더 열심히 가을볕에 익혀야겠지...
▲ 아무리 봐도 제 몸으로 큰 대(大)자를 쓰고 있다.
▲ 옻나무는 살짝 물을 들이고..
무릇 숲은 잡목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 등골나물
번식력이 넘 강해 퇴치대상이지만
꽃의 자태만큼은 참 야무지다.
▲ 까마중
내 어릴 적 추억을 보듬고 있는 자디 잔 꽃!
늘 그대로 그 모습이니 아마도 겨울을 숨어 지내며 새롭게 태어나는 힘일까?
그렇다면 나도 한번 겨울을 숨어지내 볼까?
▲ 댕댕이덩굴 열매
참으로 오묘한 빛이다.
▲ 댕댕이덩굴 꽃
저 작은 모습으로 언제 열매 맺고 익히려는 걸까?
걱정 말라며 당찬 모습으로 응답한다.
▲ 쑥부쟁이
보라빛인데...
▲ 참 정감있는 풍경~~
▲ 왕고들빼기
▲ 개머루
▲ 벽돌담장을 수놓으며 장식하고 있는 가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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