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다닥다닥 피우더니
열매도 다닥다닥 열렸네.
그러고 보니 넌 참 욕심이 많구나~~
맑은 눈동자를 굴리며
보리밥이 말하기를..
꽃피고 진자리에
열매를 맺어야 하기에
전 제 임무를 충실히 했을 뿐 이예요.
그렇구나!
미안해~~
차마 열매에 손을 댈 수 없어 망설이고 있는데
건물에서 점심을 위해 와르르 쏟아져 나온 사람 중 한 명이
꼭 하나만 따서 드세요.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하나만 먹으라 해 놓고서 미안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나의 미안함과
낯모르는 사람의 미안함은
모두
꽃을, 열매를 위한 마음이었다.
직분에 충실함을 고이 여기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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