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사진

단호박 사진놀이

물소리~~^ 2016. 10. 23. 10:07

 

 

 

 

 

 

 

일요일 아침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싶게 어둑한 아침이다.

남편은 일찍 지방에 볼일이 있어 내려갔다.

처음 이 계획을 알았을 때는 나는 그냥 따라 내려가 남편이 업무를 보는 긴 시간 동안에

난 근처의 산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고 그렇게 하리라 작정을 했다.

 

한데 모처럼 집에 내려온 아들아이가 혼자 준비를 해서 다시 가야하는 경우가 되다보니

안쓰러운 생각에 남편 따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런 나를 응원이라도 해 줄 것처럼 날씨는 꾸무럭하니

가을의 빛과 소리와 상쾌함을 적당히 가려주며 차분함을 안겨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움직이는 것 같은 우쭐함에 젖어보는 것도 잠시~

괜히 어정쩡한 마음이 된다.

 

늘상 해 오던 일요일일상을 반복하면서도 서성여지는 마음이다.

아들아이는 늦게까지 잠을 자고 있으니 나는 집안일들을 하다가

문득 뒷 베란다에 놓여있는 단호박을 보았다.

옳거니~ 오늘은 저 호박을 쪄서 맛있게 먹어보자고 덤벼들었다.

 

단호박은 껍질이 단단해 칼질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일단 단호박을 베이킹소다를 묻힌 부드러운 솔로 박박 문질러 닦아 씻은 다음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약 5분 동안 돌려주었더니 칼이 쉽게 들어간다.

단호박을 알맞게 자른 후

씨앗을 포함, 속을 정리한 다음 쉽게 익을 수 있도록 한 번 더 자른 후,

랩을 씌웠다.

 

 

 

 

 

젓가락으로 구멍 대 여섯 개 정도 내어

다시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얼마나 돌려야할지 짐작이 되지 않아

일단 계란찜 모드로 4분 30초를 돌렸더니 푹 익혀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계란찜 모드로 돌린 후 꺼냈더니 아! 아주 푹신하게 잘 익었다.

젓가락이 푹 들어간다.

 

 

이 상태로 하나씩 먹어도 되겠지만

아침대용으로 먹고 싶어

호박을 으깬 다음 수제요거트와 아몬드와 잣을 굵게 갈아 뿌린 후 섞었더니

아주 맛이 좋았다.

견과류가 씹히면서 호박을 오래 깨물도록 하니 더 좋은 것 같다.

마음이 금방 풍요로워진다.

 

 

이따 아들아이에게 한 번 먹이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며칠 동안 먹어야겠다.

차게 해서 먹는 것이 단맛을 더 깊게 할 것이다.

단호박 요리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고, 솜씨 또한 나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을날 일요일의 쓸쓸함을 이렇게 호박하나를 버무리며 사진놀이를 하고 나니

나에게 주어진 만큼의 이 가을이 그냥 지낼 만하다.

 

지금 세탁기는 두 번째 돌고 있고,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아들을 기다리며 돼지고기가 삶아지고 있는데

가을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가을 음악들이 흐르고 있으니 이만하면 최고의 가을이지 않은가!!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깔의 香  (0) 2016.10.31
가을산의 독백  (0) 2016.10.24
가을호수  (0) 2016.10.04
소소함속의 가을  (0) 2016.09.22
추석연휴의 풍경  (0) 201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