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모내기한 들녘에서

물소리~~^ 2025. 5. 22. 12:53

 

▲ 이팝나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싶은 날씨지만 차창을 스치는 풍경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가로수로 식재된 이팝나무가 꽃을 하얗게 피우고 있으니

아마도 이제 막 논에 입수한 모들에 나처럼 풍성한 쌀을 거두라고 응원을 보내주는 듯싶다.

 

 

 

세상의 변화가 엄청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모내기 끝난 물 가득한 네모반듯한 논의 모습은 그대로이니

우리의 향수가 절로 우러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에 조상님들의 지혜는 흠잡을 데 없이 슬기로움으로 가득 고여있는 곳이 아닌가.

모내기 전 논에 물을 받아 두는 것은 물로 하는 ‘멀칭(mulching)’기술이란다.

논에 물을 가득 담아 놓으면 물 높이보다 키가 작은 잡초들은 숨을 쉬지 못하고 모두 죽는다.

그때 모판에서 키를 키운 벼를 옮겨 심으면, 벼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이치라 하였다.

밭에 검정 비닐을 씌우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 이치는 수영장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문득 모내기가 한창인 요즈음의 논에 가득한 저 물을 바라보며

물속에서 키 작은 잡초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치를 생각하노라니

수영장에서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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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수영복을 입어보지 못하고 한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던 차 우리 지역에 지난 2월 새로운 체육센터가 준공되었고 수영장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남편이 적극 수영강습을 신청하라고 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맘 둘 곳 모르는 내 생활 방식이 몹시 안타까웠을까?

막무가내로 앞장서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5월 1일부로 등록을 했다.

강습료는 경로우대 50% 할인으로 30,000원이다.

 

수영복, 수경, 수모, 귀마개 등을 구매하고 보니 강습료보다 6배가 많다.

아휴~~ 내 무슨 호강을 받자고~~

 

무서웠다.

물에서 발차기부터 배우다가 물에 들어가 호흡을 연습하던 두 번째 날,

나는 죽는 줄 알았다. 물에 완전히 빠져 버린 것이다.

강사가 잡아 일으켜 주었지만 정말 무서웠다.

강사 말이 수심이 키보다 낮으니 천천히 팔을 뒤로 젖히면서

두 다리를 모아 내리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웠지만 몇 번 연습하니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수영장의 수심은 135cm라 하였다.

그럼 내 키는? 한창때 162cm였는데 작년 건강검진 때 재보니 160cm로 나왔다.

그렇다면 내 키보다 25cm 낮은 수위였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내 목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부력으로 몸이 뜨면서 한쪽으로 자꾸 기우는 것 같아 무서웠다.

5월 1일부터라 했지만 5월 초에는 휴일이 많아 쉬는 날이 더 많았다.

오늘 현재 10일 정도 강습을 받고 있는데

체력소모가 엄청 많은 것 같아 걱정이 앞서는 요즈음이다.

 

오늘 문득 모내기가 시작된 논에 가득한 저 물을 바라보며

물속에서 키 작은 잡초들이 숨 쉬지 못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치를 생각하노라니

수영장에서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살고 죽는 일~~ 약육강식이 맞는 말일까? 적자생존이 맞는 말일까.

모내기한 논의 이치를 생각하면

환경에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이 맞을 듯싶다.

 

주어진 조건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면

나는 수영장에 적응해야 하고

잡초들은 자신을 못살게 하는 조건들을 이겨 내든지 적응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이지만

우리 인간들의 살기 위한 노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TV 켜기가 무서운 요즈음, 세상사에 멀칭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보리가 덜 익었을까? 늦은 못자리 형성에 들어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