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가슴을 울리는 가을 소리

물소리~~^ 2024. 9. 18. 13:40

 

 

 

지난밤 둥근달이

온 세상 사람들의 소원을 품고 지나간 길목, 

하늘의 구름이 단정한 마음으로 옷매무새 가다듬고 저만큼 서 있는 듯,

파란 하늘에 양떼구름이 잔잔히 펼쳐져 있다.

아, 진정 가을이 오나 보다.

 

 

가을이 오는 느낌~~

어릴 적 가을느낌이 아스라이 떠오르며 내 마음이 괜히 설렌다.

솜털 같은 구름을 바라보노라니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시큰해진다.

어제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다녀왔지만

이제는 형식적인 행위일 뿐~

어머니가 남겨주신 추억 하나마다 그리움이 일렁인다.

 

▲ 추석 지난 이른 아침 보름달이 서쪽하늘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시절에 추석 전후 날씨는 적어도 나에게는 그냥 쓸쓸하면서도 애상스러우면서

옷소매를 내리게 하는 선선한 날씨는 그냥 그렇게 좋았던 것 같았다.

그때쯤이면 어머니는 장롱에서 세탁해 둔 조금은 두터운 솜이불을 꺼내 주셨다.

이불 홑청이 광목일지 포플린 천 일지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깨끗이 빨아 풀 먹인 후 다듬이질로 다듬어 꿰매 두신 이불이다.

홑청을 끼우면서 어머니는 바늘이 잘 안 들어가면

바늘을 머리에 쓱쓱 문질러 꿰매곤 하셨다.

 

▲ 내장산 백양꽃(상사화)

 

새 이불이 방에 내려오고 그 이불 밑으로 내 몸을 쓱 밀어 넣노라면

사각거리는 그 감촉이 참 좋았었다. 솜이 안겨주는 가벼운 중압감도 참 좋았다.

그 좋은 느낌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여 보곤 했던 추억~

가을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얼마 지나면 풀이 죽어 부드러워진 홑청이지만

이불이 안겨주는 중압감은 그래도 좋았다.

 

하니 나는 지금도 솜이불과 요 한 채를 가지고 있다

시집올 때 어머니께서 목화솜으로 해 주신 이불이

너무 크고 두터워 그 솜을 타서 두 채의 이불로 만들어 두고

가끔 솜을 타 새롭게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차렵이불의 부드럽고 가벼운 이불도 좋지만

나의 경우로는 목화솜 이불의 좋은 느낌을 앞서지 못하고 있다.

 

▲ 울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인 듯 진한 빛이다.

 

홑청의 사각거림이 가을이 오는 소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일 너무 더운 추석 명절을 보내고 보니

사각거리는 가을 느낌의 소리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저 파란 하늘의 구름 사이에 내 마음을 끼워

내 가슴을 울리는 추억 속의 고운 가을을 데려오고 싶다.

 

 

 

▲ 풀숲에 자라고 있는 수염가래꽃

 

▲ 쥐꼬리망초

 

▲ 쥐꼬리망초도 가을이 그리운가 보다.

 

 

▲ 나팔꽃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추석 날~~

 

 

친구님들 더운 날씨의 추석을 잘 보내셨는지요

덥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정서를 가득지닌 명절이 주는 풍요로움은 여전하지요?

둥근달의 넉넉함을 안고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