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노랑상사화 밭에서 흰상사화를 만나고 나니…
새만금방조제를 달려 나가면 방조제 끝에서 만나는 곳이 변산반도이다.
서해안 따라 펼쳐진 도로를 잠시 달리다가 우측으로 빠지면 변산해수욕장이 있고
그 옆에 자그마한 송포항이 있다. 항보다는 포구가 더 어울릴 것 같은 작은 곳이다.
송포항을 끼고도는 바다를 향한 야트막한 산등성에는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이어져 있으니
부안군에서는 이 길 따라 마실길이라는 이름의 둘레길을 조성하였고,
마실길 2코스의 시작이 송포항에서 시작된다.
이맘때쯤이면 마실길2코스에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이유는 낮은 산 숲 가운데 얽히고설킨 잡목들 사이에서
자생하는 붉노랑상사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거의 해마다 찾아가는 곳이지만
꽃의 만개시를 못 맞추고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게 찾아가니 어느 땐 야속하기조차 하면서도
꽃소식이 들려 올 때면 가야지가야지 하면서 손꼽아 날을 헤아리곤 한다.
지난 토요일에 다녀왔다.
송포항에서 산 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붉노랑상사화를 만날 수 있다.
붉노랑상사화라는 이름은 평소 노랑색이었다가
강한 햇볕 아래에서는 붉은빛을 띠기 때문이라는데 내 눈으로는 감지를 못하겠다.
이곳은 자생지라서 더욱 보호를 해야 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는다고 꽃을 밟기도 하니 아마도 꽃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사진을 찍느라고 길을 막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람들이 더 낫지 싶다
그래서인지 해가 갈수록
붉노랑상사화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확연하게 느끼곤 한다.
마침 꽃모습은 한창이었지만 개체 수 감소로 예전의 풍성함을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부안군에서도 감지했는지
위도에서 자생하는 세계 유일의 흰상사화를 이곳 전망 좋은 곳에 식재하여 번식시켰기에
이제 격포항에서 위도까지 40분을 배타고 들어가지 않아도
위도상사화를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흰상사화는 거의 지고 있었다.
바다를 마주하는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한 흰상사화 꽃밭에 잠시 앉아 있노라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흰 꽃을 보며 울 어머니 머리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95세의 연세임에도 아직도 올백이 아닌 반백의 머리칼을 유지하고 계시는 어머니~
지난번 면회 시, 아버지 제자 되시는 분이
어머니 치료비에 보태라고 백만원을 입금해 주셨다고 말씀 전해 드리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느닷없이 나 많이 늙었냐고 물으신다.
순간 마음이 멍해졌다.
골절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후, 일 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어머니 자신 스스로 용납이 안 되시는 듯,
자꾸 헛소리에 섬망증세를 보이셨는데
이제 인정을 하시는지 온전한 맑은 정신으로 돌아오셨지만
몸은 형편없이 야위셨는데 나 늙었냐고 물으시니 눈물이 쏟아졌던 것이다.
지체없이 꽃이 진 흰상사화의 추레한 모습을 뒤로하고 일어서서 걸었다.
꽃 찾아 나선 마음이 그냥 푹 젖어 버렸다
출렁다리에서 되돌아섰다.
2코스 마지막인 고사포해수욕장까지 가서
차 있는 송포항까지 되돌아오는 일이 갑자기 먹먹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