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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風傘)을 쓰고....

물소리~~^ 2018. 4. 24. 21:32








봄비가 조금 사납다.

조근조근 내리는 봄비라야 마음껏 마음의 흥을 북돋울 텐데

바람 섞어 내리는 얌전치 못한 봄비는

신명도 아닌 그 무엇을 꼬물꼬물 일어나게 하며

나를 얌전치 못하게 한다.


저녁 먹고 산책을 나섰다.

비 내린다고 산책을 멈추기에는 봄날이 아깝다는 생각에 이르니

가늘게 내리는 봄비였기에 우산을 챙겨들고 나갔다.


가느다란 빗줄기는 뜬금없는 봄바람에 흩어지며

사정없이 휘 둘린다.

내가 받쳐 든 우산은 어느새 풍산이 되어 시야를 가리니

나는 내 발자국만 따라 열심히 걸었다.

이 사나운 봄바람에 남은 꽃잎 다 지겠거니

이 세상 변치 않는 것이 있을까.


분수의 물줄기도 바람을 타고 휘어 오르며

제 역량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내 우산을, 아니 풍산을 받쳐주고 싶다


내 싱겁고 맹숭한 봄날에

새로이 이름 받은 풍산이 슬몃 미소를 짓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