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사를 나와 신흥동의 히로쓰가옥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말만 들었을 뿐,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던 곳이다. 동국사의 전시를 보면서 일본에 대한 궁금증? 아니면 더 알고 싶음? 아니면 이왕 나선 길 가옥까지 둘러보자 하는 복합적인 마음이 일렁이고 있었다.
히로쓰는 일본인 포목상으로 일제강점기시절 이곳에서 상업으로 부를 이루고 농장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그가 부를 누리며 살았던 2층 목조 집을 히로쓰가옥이라 명명하며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100여년이 지났는데도 그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다. 한국 속 일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었다. 건물의 형태는 근세 일본 무가(武家)의 고급주택 양식을 띄고 있다. 그래서 인지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등 많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이 주택에서 촬영이 되었다고 한다.
▲ 잘 가꾸어 놓은 정원
▲ 어렸을 때 많이 보았던 건물 벽면
▲ 부를 누리고 살았던 것을 말해주듯 터 한쪽에 수영장까지 있었다
▲ 화장실, 곳간
▲ 유리창과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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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곳간 그리고 화장실
이 풍경이 언젠가 한 번 만나듯싶은 퍽이나 정겹게 느껴짐은
초등시절 학교관사에 살았던 때의 그 집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시절의 관사들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지 싶다.
▲ 우물의 지붕을 대신하는 참다래 나무
▲ 장독
▲ 대문 옆의 쪽문
이렇게 2층으로 높은 집을 화려하게 지어놓고 사는 것을 바라보는 조선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보리죽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시절, 어쩌면 그들에게 적개심을 가지면서도 내색 못하고 살았을 것 같으니 슬프다. 이 모든 역사적 현실 앞에서 일본인들이 조금만 더 양심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냥 괜찮은 관계가 될 터인데..